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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테랑'을 보았다.
    Review/길고 가는 리뷰 2019. 10. 17. 10:47

    넷플릭스에서 영화 '베테랑'을 보았다. 유투브를 보다가 미국에서 흥행한 영화 순위에 올라와있길래, 미국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보는지 궁금해서 보게되었다.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던 마음도 있고, 사실 예전부터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별 거부감은 없었다.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없는 시간 쪼개어 감독의 모든 생각을 2시간 동안 보고 들어주어야 한다는게 가끔은 부담된다.)

     

    영화의 장르를 따지자면... 범죄, 액션, 느와르 정도? 사회비판적 소재를 담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통쾌함을 제공하는 해피엔딩을 가지고 있었다. 황정민, 유아인 투톱이 영화의 중심을 꽉 잡고 있는 중에 오달수를 포함한 조연들이 아주 적절하고 어색하지 않게 영화의 맛을 살려준다. 영화로서의 재미는 아주 훌륭했다. 아마도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다는건 이런 재미를 두고 하는 말일거란 생각도 들었다. 관람객들의 마음 속에 불편함을 가득 채우고, 그 불편함을 정당함의 이름으로 해소해준다. 선한 역할의 주인공들은 필요이상의 폭력을 자제하고, 불편함을 끌어모아 터뜨린다. 인정한다. 통쾌했다.

     

    하지만 통쾌함, (약간의 열린 결말을 포함하지만) 해피엔딩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아직도 불편하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던져주는 사회적, 개인적 문제들은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정당하지도, 통쾌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결말을 맺는다. 오히려 조태오(유아인扮)가 더 안스럽고 멍청해보이는건 내가 너무나 세상에 찌든 탓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는 있다지만, 마치 평행우주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영화로 만든 탓에 나는 마치 보는 내내 헐리우드 히어로물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영화는 사회를 풍자를 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강한 비판을 하고 있지는 않다. 바탕이 된 실화에서도 역시 악인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같은 폭행사건이라 하더라도 우리 상식에 더 나쁜 놈들은 '죄질이 좋지 않다'라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받는데 말이다. 우리가 익히 보았듯이 검사들만해도 자신들의 목에 칼을 들이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가족은 벼룩새끼 한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수사하면서, 우리 사회를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무법자들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영화의 내용이 현실에서 펼쳐지더라도, 그 죗값을, 그 악행에 참여한 사람 모두 정확하게 받을 수 있을까? 아마 그마저도 자본계급의 피라미드에 따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티끌하나 건드리지도 못하고 끝나겠지.

     

    그래서, 영화를 총평하자면 '개, 돼지를 위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너무 나갔나? 어쩔 수 없다. 항상 현실은 영화보다 더 어둡고, 가혹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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